2008년 11월 23일 일요일

김장을 하고 나니 뿌듯합니다

주말 이틀 동안 처형집에 가서 김장을 했습니다. 결혼하고 나서 처가집이나 처형집에서 김장 김치를 얻어 먹다가.. 2년 전부터 저도 김장하는데 본격적으로(?) 참여했습니다. 2년 전에 처음 할 때는 그냥 김장을 돕는다는 맘으로 했었는데.. 이제 3년 차가 되고 나니 나름 노하우도 쌓입니다. 이틀에 걸쳐 김장을 하느라 몸은 정말 힘들었지만 1년 동안 먹을 걸 마련해 놓았다고 생각히니 뿌듯합니다.^^

이번에 해야 했던 배추와 무입니다. 배추 80포기.. 무는 거의 40개 가량 됩니다. 처형네와 저희 집이 1년 동안 먹을 양식인데.. 대부분 많다고 하시더군요..ㅋㅋ

어제는 날씨가 추워서 난로까지 피워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저는 어릴 때 부산에서 자랐기 때문에 사진의 난로에 대한 추억이 별로 없는데.. 서울에는 교실마다 저런 난로가 있었다고 하더군요.. 석탄(갈탄)과 장작을 넣고 때우면 아주 따뜻합니다.

모든 것을 준비하고.. 드디어 김장에서 가장 힘든 코스 중의 하나인 배추 절이기에 돌입했습니다. 배추 80포기 절이는 것이 장난이 아닙니다. 저 큰 통에 100포기 이상이 들어간다고 하는데.. 정말 힘든 것은 통 속에 배추를 차곡차곡 넣는 일인데.. 이거 정말 허리가 끊어질 것 같습니다. 낮에 절인 배추는 밤에 순서를 바꿔줘야 합니다. 맨 아래에 있는 배추를 다시 맨 위에 올리는 작업..한 밤중에 정말 힘듭니다.

절인 배추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작아집니다. 소금물을 흠뻑 먹은 배추..

김장할 때의 또 다른 묘미는 고기 구워먹기.. 하루 종일 배추 절이느라 지친 심신을 숯불에 고기를 구워먹으면서 달랩니다.

아직 김장과 관련된 하루 일과가 끝난 것이 아닙니다. 김치에 들어갈 속을 만들 때 가장 핵심적인 무채를 만들어야 합니다. 채칼로 무를 썰어야 하는데.. 이것도 정말 장난이 아닙니다. 이거 마치고 절인 배추 순서 바꾸는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날도 어둡고 고무 장갑도 낀 상태가 사진은 못 찍었습니다.

다음 날 일찍 일어나서 어제 절인 배추의 물을 빼는 작업을 진행합니다. 80포기를 4등분 했으니.. 총 320쪽이네요.. 나중에 이 절인 배추에 속을 넣어야 합니다. 아직 갈 길이 머네요..

김장의 전 과정을 통틀어 가장 힘들다는 김치 속 만드는 과정입니다. 어제 밤에 채를 썬 무에 갓, 대파, 파, 고추가루, 멸치액젓, 마늘, 생강 등 갖은 양념을 넣고 마구 비벼야 합니다. 이거 할 때 정말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고통을 느낍니다.

이제 김장의 마무리 단계인 배추에 김치 속을 넣는 과정입니다. 80포기를 사등분한 320쪽에 김치 속을 넣어야 하는 아주 험난한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는 남자가 거의 참여를 하지 않고.. 대부분 여자들만 하는 듯 합니다. 저는 배추 날라주고.. 속을 넣은 김치를 김치통에 담으면.. 또 열심히 나르고.. 김치를 비닐에 넣으면 김장독에 넣는 작업 등 김장에 꼭 필요한(?) 일을 열심히 했습니다.

제 와이프가 만든 김장 김치입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제가 만든 김치 속을 와이프가 배추에 버무린 것이죠..올해는 저희 가족도 김장에 전 과정에 참여했기 때문에.. 우리 가족의 3년차 김장 역사 속에 길이 남을 첫번째 작품이 되겠네요..

다들 열심히 하고 계시네요.. 남자분들이 그냥 서 있는 것 같지만.. 이 와중에도 정말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배추 꽁다리 다듬는 것.. 김치 담을 비밀 씻기, 김치 넣은 비밀 묶는 작업 등.. 김치 속 넣는 작업을 위해서 해야 할 나머지 일은 모두 남자의 몫입니다. 혹시 제가 사진 찍느라 놀고 있을거라고 생각하시면 역시 오산입니다.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잠시 짬을 내서 사진을 찍는 겁니다.

저희 집으로 가져갈 김치통입니다. 올해는 5통에 가득 담았는데.. 세 식구 기준으로 거의 1년 동안 먹습니다. 저희 집은 모든 음식에 김치가 들어갑니다. 김치찌게, 김치전, 청국장에도 김치 넣고.. 여튼 김치를 진짜 많이 먹는데 다음 김장 때까지 저 정도면 충분합니다.

나머지 김치는 처형네 뒷마당에 있는 김치독에 묻습니다. 이건 순전히 남자들의 몫인데.. 땅에 묻어 놓은 김치가 김치냉장고에 넣은 김치보다 훨씬 더 맛이 있더군요.. 조상님의 지혜는 정말 대단합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아파트가 아닌 마당이 있는 집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장이 끝나면 막 끝낸 김치속과 김장 김치를 먹는 재미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굴, 삶은 돼지 고기에 막 끝낸 김장 김치를 먹는 기분..여기에 소주나 막걸리 한잔까지 걸치면 정말 끝내줍니다.ㅋㅋ

이렇게 해서 2008년 김장이 끝났습니다. 작년에는 배추 절이는 과정에 참여하지 않아서 김장의 전 과정에 참여했다고 할 수 없었는데.. 올해는 정말 모든 과정에 다 참여를 했네요.. 내가 직접 만든 김장 김치라 그 맛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중국 산 김치 때문에 요즘 직접 김장을 하는 분이 굉장히 많다고 합니다. 이번에 한 김장은 정말 100% 국산 재료만 써서 한 것이라(물론 작년에도 그랬죠) 요즘 같이 먹거리가 불안한 시대에 더욱 빛을 발할 듯 합니다. 김장을 마치고 나니.. 다음 김장 때까지 정말 뿌듯합니다. 올해로 세번째 김장에 참여했는데.. 이번에는 김장의 전 과정에 직접 참여해서 그런지.. 올해 김치가 가장 맛있을 듯 합니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댓글 12개:

  1. 이제까지 읽은 버섯돌이님 글 중 쵝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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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꼬날 - 2008/11/23 22:33
    감사합니다. 꼬날님!!

    늦었지만 앤써미 블로거 간담회 후기도 이제야 썼습니다.^^ 담에 또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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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VoIP가 아닌 김장 체험 후기 글이 올라오니 더 반갑습니다.

    저역시 주말에 김장하느라 끌려가서 삭신이 쑤십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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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나뭇잎 - 2008/11/24 09:44
    김장의 전 과정에 참여하다 보니.. 개인적으로 너무 뿌듯해서 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런 글도 가끔 써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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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trackback from: 김장 담그던 날
    김장 담그셨나요?

    서울에 사는 저희 부부는 김장을 못했지만 충청남도 서산시 대산읍 운산리 시골에 사시는 제 부모님은 해마다 직접 김장을 담그시지요. 이번 주말이 올해 김장 담그는 날이었습니다. 거들어 드리겠다고 주말 나들이 겸 나설 계획이었는데, 토요일 점심때가 다 되서야 도착하는 바람에 별 도움을 못드렸네요.

    도착해 보니 벌써 어머니가 동네 어르신들과 함께 김장을 담그고 계시더라구요. 품앗이하신다고 합니다. 여러 사람의 손길이 함께 하니 금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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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trackback from: 김장 담그기
    일요일에 본가에 가서 김장을 담갔습니다. 아침 일찍 가보니, 이미 부모님께서 배추 50포기를 다듬어서 절여 놓으셔서, 속만 넣었습니다. 괜히 미안한 마음에, "어머니, 이젠 그냥 사다먹지요?" 했다가, 쿠사리만 먹었습니다.ㅋ "아니, 아직 몸 성할때 해야지, 그것도 못하면, 이제 갈때가 된거야" 요새 하도 중국산 저질 배추 파동으로 김치 담그는 집이 늘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그런데, 절인 배추도 팔고, 양념도 판다고 합니다. 절인배추 + 사온 양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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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앗, 버섯돌이님도 김장하셨네요~.



    어제가 다들 김장 하는 날이었나보네요~ㅋ



    저희는 50포기 했습니다.



    배추절이기 그거 힘든데, 수고하셨네요. 저도 내년부터 하려고..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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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김치찌게, 김치전, 청국장에도 김치 넣고" 저희집과 똑같으시군요... 저희도 김치를 아주 많이 먹거든요.



    그나저나.. 저도 김장 포스팅 한번 할 것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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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도전중 - 2008/11/24 18:43
    3년째 참가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정말 전 과정에 모두 참여한 기념으로 블로그 포스팅까지 했습니다. 도전중님은 김장에 참여하지 않으셨군요.. 내년부터 꼭 참여하세요.. 50포기면 굉장히 많은데..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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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마음으로 찍는 사진 - 2008/11/24 19:01
    항상 딱딱한 이야기만 쓰다가.. 김장 이야기 쓰니까... 반응이 아주 좋네요..ㅋㅋ 김장 포스팅 꼭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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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버섯돌이 - 2008/11/24 19:46
    저도 열심히 배추 날랐는데...T_T



    그나저나 송년회나 한번? 할까요?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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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trackback from: 아삭아삭 백김치와 퓨전의 청경채 김치, 내 손맛은 최고!!!!
    <p>아삭아삭 백김치와 퓨전요리&nbsp; 청경채 김치, 내 손맛은 최고!!!!</p>

    <p>11월 6일 그닌까.... 목요일이네여<br />

    부풀은 가슴으로 종로에 있는 "<font color="#ffaa00"><strong><span style="font-size: 14pt">맛있고</span></strong></font> <font color="#009e25"><strong><span style="font-size: 14pt">멋있는</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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