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2일 일요일

번호로 희비 엇갈린 스카이프와 보니지

통신사업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번호이다. 흔히 말하는 인터넷전화(VoIP)가 출현하기 전에 모든 통신은 번호를 통해서만 소통을 할 수 있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집/사무실/이동전화 또한 번호가 없으면 전화를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인터넷전화(VoIP)가 출현하면서 이런 공식은 조금씩 깨지고 있는 상태인데, 예를 들어 번호를 모르더라도 스카이프 이름을 알면 상대방과 통화를 할 수 있고, SIP URI(예:mushman1970@gizmoproject.com)를 알면 상대방과 통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아직 기존 통신과 인터넷전화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인터넷전화가 기존 통신 서비스로부터 전화를 받기 위해서는 번호가 필요하다. 국내에서 보자면 070번호가 이 경우에 해당할 것이고, 스카이프의 경우 스카이프인(SkypeIn)으로 판매가 되고 있다.

그런데 스카이프에 문제가 발생했다. 스카이프가 판매한 스카이프인(SkypeIn) 번호 중 런던 번호인 "020"으로 시작하는 번호에 대해서, 스카이프가 더 이상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12월 20일부터 새로운 번호를 나눠줄 계획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자세한 내용은 More on London-based 0207 SkypeIn numbers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영국의 번호 체계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런던 번호인 020의 경우에는 사업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인기가 많다고 한다. 이 번호대역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상대 사업 파트너에게 제대로 된 사업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풍길 수 있다고 하는데, 런던 번호를 스카이프인(SkypeIn)으로 신청한 사람들의 경우에도 대부분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라 번호를 바꾼다는 것 자체가 사업상의 타격을 의미하는 것이다. (참고로 런던 020 번호를 SkypeIn으로 사용하는 유저 수가 8천명 정도 된다고 한다.)

스카이프는 영국에서 자체 번호 자원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영국 GCI 텔레콤에서 번호를 임대해서 서비스를 제공해 왔는데, 양사간에 번호 사용에 대한 조건이 맞지 않아서인지 스카이프는 기존 계약을 종료하고 새로운 사업자와의 계약을 통해 새로운 번호를 부여하는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스카이프는 이번 조치를 취하면서 기존 가입자의 번호를 바꾸면서 12개월 동안 스카이프인 및 보이스메일을 무료로 제공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사업상 대표 전화번호를 바꿔야 할 기존 가입자가 새로운 번호를 수용할 지 의문이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인터넷전화 사업자인 보니지(Vonage) 영국 지사가 스카이프가 쓰던 런던 번호 대역을 사서 스카이프 가입자를 자신의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보니지가 발빠르게 GCI 텔레콤과 계약해서 스카이프가 이용하던 번호 대역을 인수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로 인해 스카이프의 신뢰성에 더욱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구글 인수설이 나도는 스카이프에겐 이번 사건이 또 다른 악재가 될 것으로 예측되는데,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기존 번호를 확보할 수 있었음에도 GCI와의 계약을 포기한 것인지 무척 궁금해진다.

몇 달 전에 구글에 인수된 그랜드센트럴(GrandCentral)에서도 가입자에게 부여했던 번호를 바꾼 적이 있었는데, 번호 자원 자체를 보유하지 않고 빌려쓰는 재판매 사업자(Reseller)의 신뢰성이 다시 한번 도마에 올랐다.

국내에서도 내년에 인터넷전화에 번호이동이 허용되고 나면 기간 사업자뿐 아니라 번호를 소유하지 않은 별정사업자들이 대거 사업에 뛰어들텐데.. 이런 문제는 항상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사업자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도 명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덧)참 신기한 것은.. 구글에 인수되거나 인수설이 나도는 그랜드센트럴과 스카이프에게 번호와 관련된 문제가 공교롭게 발생했는데..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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