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제가 주제로 삼고 있는 인터넷전화와 관련, 적어도 국내에서 가장 중요한 날의 하나로 기록될 듯 하다. 다름아닌 그 동안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가 내일(10월31일)을 기점으로 본격 시행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는 무엇일까? 현재까지 집전화를 인터넷전화로 바꾸기 위해서는 070으로 시작하는 새로운 번호를 받아야 했다. 기존에 쓰던 집전화번호를 바꾸야 한다는 것도 문제이고(몇 년만에 전화한 친구와는 연락이 되지 않는다) 070번호가 060 중 일부 스팸번호로 인식되어 다른 사람이 전화를 받지 않는 문제도 발생했다. 그 동안 myLG070을 필두로 한 일부 사업자의 전방위적인 마케팅에 힘입어 070 번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많이 사라졌지만.. 인터넷전화를 이용하기 위해서 전화번호를 바꿔야 한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집전화가 아니라 회사 전화번호는 영업활동에 꼭 필요한 것이라.. 기업에서 인터넷전화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어막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내일부터는 기존 번호 그대로 사용하면서 인터넷전화를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가 공식 시행됨으로써 인터넷전화 사업자간, 또는 인터넷전화 사업자와 KT로 대표되는 시내전화사업자간에 본격적인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통신 시장에 번호이동제가 도입되고 난 후 사업자 입장에서는 마케팅 비용 증가 등으로 약간의 고생을 했겠지만.. 이용자가 얼마나 많은 편의를 누리고 있는지를 본다면,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가 몰고올 파장이 어느 정도가 될지 예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을 한다고 다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현재 대부분의 사업자가 자사 인터넷전화 가입자간 통화인 망내 통화에 대해서는 무료 혜택을 주고 있는데.. 번호이동을 통해 신규로 가입한 인터넷전화 가입자는 무료통화 혜택을 누리지 못한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 글에서 지적한 바 있는데.. 현재 번호이동 방식이 비지능망(RCF) 방식이라 사업자간 접속료가 발생하게 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전화의 번호 이동 방식은 지능망 방식이 아닌 비지능망(RCF)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별도의 접속료가 발생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제가 데이콤을 이용하고 친구도 데이콤을 이용하는데.. 친구는 KT 유선전화를 쓰다가 데이콤으로 번호이동했다고 가정하자. 제가 친구에게 전화를 걸면 데이콤은 일단 KT로 호를 보내야 하며, KT망에서 해당 번호가 데이콤으로 번호이동된 걸 파악한 후 다시 데이콤쪽으로 호를 보내는 방식이다. KT가 데이콤쪽으로 보내는 호는 사업자간 접속료 규정에 따라 분당 18원의 비용이 발생하고, 번호이동 혜택을 누리는 데이콤이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즉, 같은 데이콤 인터넷전화 가입자끼리 전화를 하는데....번호이동하기 전에 속해 있던 KT까지 갔다 와야 한다는 점이다. 이동전화처럼 사업자 공통으로 번호이동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방식을 채택하지 않으므로써..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myLG070을 앞세워 이미 100만이 넘는 인터넷전화 가입자를 유치한 LG데이콤은 보도자료를 통해 070 가입자끼리는 무료 통화 혜택을 그대로 유지하고, 번호이동 가입자간 통화에 대해서는 38원/3분의 요금을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 동안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비지능망 방식의 번호이동방식은 이동전화와 같은 지능망 방식으로 빨리 바뀌어야 한다. 이거 다음 아고라를 통해 청원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 아닐지 모르겠다..)
또한 인터넷전화 사업자와 기존 유선사업자 간에 체결된 접속료도 인터넷전화 사업자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흉이라는 지적도 있는 등.. 앞으로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와 관련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는 듯 하다.
여튼 내일부터는 인터넷전화 사업자 사이에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한 정말 피터지는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본 블로그를 통해 신속하고 정확한 소식을 전해드리도록 노력하겠다.
마지막으로.. 현재 국내에서 시행되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는 유선전화를 인터넷전화로 교체하는 것에 집중이 되어 있다. 제가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고(물론 제 블로그를 방문해 주시는 많은 분들도 공감해 주고 있는) 웹과 인터넷전화의 결합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여 주시길.. 자기가 알고 있는 사람에게만 전화하는 것이 아니라.. 웹에서 정보를 검색하다가 모르는 사람에게 브라우저를 벗어나지 않고 바로 그 자리에서 전화를 걸 수 있는 이런 서비스 말이다.^^
(그림출처 : 플리커)
덧1> 개인적으로 국내 인터넷전화 서비스에 대한 목록(디렉토리)를 준비 중이다. 국내 인터넷전화 서비스에 무엇이 있고.. 요금 및 특징 등을 총정리해서, 어떤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선택할 지 고민하시는 분들께 도움을 드리고자 한다. 이 프로젝트는 저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집단지성의 힘을 빌어 완성할 수 있는 형식을 생각하고 있는데... 준비가 되면 블로그를 통해 알려드리도록 하겠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 드린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